티켓 판매 전략과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 암표상
보통 아시아 국가에서 열리는 대회는 상금의 규모가 비교적 적고 ,이동거리가 길기 때문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을 꺼리지만 롤렉스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 만큼은 예외다.
로저 페더러나 노박 조코비치 등 세계 톱 랭킹 선수들이 꾸준히 참가하기 때문에 대회의 인기나 위상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회의 위상이 무색한게 입장권 판매 방식은 비합리적이며, 암표상의 극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인터넷 검색창에 ‘상하이 마스터스 암표’ 라고 치니 0.5초 만에 869건의 결과가 나왔다. 다양한 관람 경험을 다룬 블로그 글들을 볼 수 있는데, 인상적인 것은 암표를 구하는 방법, 흥정하는 방법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표는 매진 이지만 경기는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
언젠가 롤렉스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치종 경기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입장권은 오래전에 매진되었다.충격적인 장면은 어림잡아 수배 명이 넘을 것으로보이는 암표상들이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경기장 정문까지 우후죽순 늘어서 있었다는 것이다
암표상들은 저마다 한 묶음의 입장권을 들고 있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 과연 이 많은 암표는 다 팔릴까 ? ‘ ‘ 안팔리는 암표는 어떻게 될까 ? ‘
경기장 안에 들어섰을 때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관중석이 대부분 비어 있었던 것이다. 표는 매진 됐는데 말이다.
노박 조코비치 선수의 경기부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 경기는 로저 페더러 경기가 잡혀 있었지만 일정상 일찍 경기장을 나섰는데, 경기장을 빠져 나오는 우리에게 암표상이 말을 건넸다. ” 입장권이 필요 없으면 한 장당 1,000원 에 팔아라” 매표소는 문을 닫은지 오래였고, 이 날의 경기는 두 세경기 남았는데 암표시장은 현재 진행형 이었다.
국내에서 암표 판매는 시장 가격을 왜곡시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에서 암표상을 지켜본 경험은 두 가지의 과제를 안겨 주었다.
첫째, 고객들은 왜 비싼 암표를 구매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가 ? 암표는 얼마나 비싼 가격에 팔리는가 ? 암표를 사는 사람들은 암표의 가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둘째, 정식 매표소에는 좌석의 위치에 따라 다른 가격이 붙은 입장권을 판매한다. 하지만 좌석의 위치와 상관없이 입장권을 구매하면 해당 날짜에 있는 모든 경기를 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선수의 경기만 볼 수 있는 입장권이 없다는 말이다. 특히 롤렉스 상하이 마스터스 대회는 로저 페더러의 홈구장 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로저 페더러 선수의 인기가 단연 압도적이다.
그런데 로저 페더러의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비용을 내고 굳이 보고 싶지 않은 선수들의 경기를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 입장권을 하루 단위로 판매하는 것은 판매업자들의 편의 때문이 아닐까?
암표상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그건 이 글의 논점이 아니다. 이 글의 핵심은 팬들이 원하는 경기만을 따로 개별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은 오로지 암표상을 통해서만 만들어지고 거래된다는 사실이다 .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암표상들이 활개을 치는 것은 수요를 흡수하는 공급시스템의 문제임이 분명한것 같다. 가끔은 편안한 거실에서 해외스포츠중계 채널을 통해 보고 싶은 명경기를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